영업이익 20조 돌파의 함정: 삼성전자 실적 속에 숨겨진 2가지 리스크

20조 영업이익 달성의 이면과 부문별 실적 데이터 분석

삼성전자가 기록한 영업이익 20조 원 돌파는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V자 반등’의 신호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숫자를 해부해보면, 질적 성장보다는 외부 환경 변화에 기인한 착시 현상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이 환호하는 총액 뒤에는 특정 부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여타 사업부의 부진이 가려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기저 효과’입니다. 20조 원이라는 영업이익의 구성을 뜯어보면,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이 이익 개선의 70% 이상을 견인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혁신적인 비용 절감이나 신규 시장 창출보다는, 반도체 사이클(Cycle) 상의 자연스러운 가격 회복 국면에 올라탄 결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상승하는 영업이익 그래프 뒤로 드리워진 두 개의 짙은 그림자 형상 이미지

실제 부문별 기여도를 분석해 보면, DS(Device Solutions) 부문의 흑자 전환이 결정적이었으나, 이는 레거시(Legacy) 제품군의 재고 평가손실 환입 효과가 큽니다. 반면, 모바일(MX)과 가전(CE) 부문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의 데이터는 최근 분기별 사업 부문 영업이익 기여도의 불균형을 보여줍니다.

사업 부문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감률 영업이익 기여도(%) 핵심 리스크 요인
DS (반도체) +흑자전환 (대폭 상승) 약 60~65% 메모리 시황 의존도 심화
DX (모바일/가전) -5% (보합/하락) 약 25~30% 프리미엄 시장 경쟁 심화
SDC (디스플레이) +2% (소폭 상승) 약 10% 아이폰 등 주요 고객사 수요 변동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사 영업이익의 과반 이상이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묶여 있습니다. 이는 곧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도래하거나, 환율 효과(강달러)가 사라질 경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변동성 리스크’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뜻입니다. 20조 원이라는 숫자는 경영 효율화의 승리라기보다, 시황 회복이라는 파도에 편승한 결과에 가깝다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며, 더 공식적인 맥락은 EDGAR 공식 공시 검색 페이지처럼 공신력 있는 문서 데이터베이스를 함께 대조해보는 방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BM 시장 주도권 실기 및 메모리 반도체 수익 구조의 불균형

현재 삼성전자 위기론의 핵심은 단순히 ‘돈을 얼마나 벌었는가’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실기(失機)는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수익 구조에 치명적인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승리 공식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이었습니다. 그러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장은 ‘고객 맞춤형 고부가가치 메모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3 시장을 선점하며 엔비디아(NVIDIA) 밸류체인에 깊숙이 파고드는 동안,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범용 D램 시장 방어와 기술적 오판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기술력의 차이를 넘어, 영업이익의 ‘질(Quality)’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범용 D램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만, HBM과 같은 AI 전용 메모리는 수주형 비즈니스 성격이 강해 가격 방어력이 높고 이익률이 월등히 높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익은 여전히 범용 제품 비중이 높아, 경쟁사 대비 수익성 개선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 MR-MUF vs TC-NCF 공정 이슈: 경쟁사가 MR-MUF 공정을 통해 생산 수율과 방열 성능을 잡는 동안, 삼성은 기존 TC-NCF 방식을 고수하다 초기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이는 HBM3E 진입 지연으로 이어졌습니다.
  • 엔비디아 퀄 테스트(Qual Test) 지연: HBM3E 8단 및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승인이 늦어지면서, 가장 큰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매출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 D램 수익성 격차: 동일한 웨이퍼를 투입했을 때 HBM은 일반 D램 대비 5~6배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HBM 비중이 낮은 삼성전자의 웨이퍼당 매출(Revenue per Wafer)은 경쟁사 대비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단순한 매출 규모보다는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HBM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소외된 채 2등 기업의 수익 모델에 갇힐 위험이 큽니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과 반도체 섹터의 실시간 분석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면 검증된 텔레그램 투자 정보 채널 모음을 참고하여 인사이트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TSMC와의 격차 확대: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지속과 수주 현황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고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의 구조적 적자와 TSMC와의 격차 확대입니다. ‘2030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비전이 무색하게, 현재 삼성 파운드리는 수조 원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단 공정의 수율(Yield)’‘빅테크 고객사 확보 실패’입니다. 3나노(nm)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도입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퀄컴, 엔비디아, 애플과 같은 티어1(Tier-1) 고객사들이 TSMC로 이탈하거나 독점 계약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및 영업이익 추정 비교 (2024년 기준)

구분 TSMC (대만) 삼성전자 (한국) 격차 원인 및 현황
글로벌 점유율 61.7% (압도적 1위) 11.0% (정체) 점유율 격차가 50%p 이상으로 벌어짐
영업이익률 약 40% 내외 (고수익) -10% ~ -5% (적자 지속) 공장 가동률 저하 및 감가상각비 부담
주요 고객사 Apple, NVIDIA, AMD, Qualcomm 자사 LSI, 일부 중소 팹리스 대형 고객사의 신뢰도 하락 및 패키징 기술 격차

특히 AI 칩 제조의 핵심인 패키징 기술(CoWoS)에서 TSMC가 압도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반면, 삼성전자의 턴키(Turn-key) 전략(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일괄 제공)은 아직 고객사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은 장치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설비투자(CAPEX)가 지속되어야 하는데,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투자는 전사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삼성 파운드리는 가동률을 조절하며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급급한 상황입니다.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이 지연되는 것 또한 이러한 수주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메모리 부문에서 번 돈을 파운드리 적자를 메우는 데 쏟아붓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이는 삼성전자 전체의 기업 가치(Valuation)를 짓누르는 가장 무거운 족쇄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가전 부문의 영업이익률 정체와 글로벌 점유율 변화 수치

삼성전자의 실적을 지탱해 온 두 축인 모바일(MX)과 가전(CE) 부문은 겉으로 보이는 매출 규모의 견고함과 달리, 수익성 측면에서 심각한 ‘성장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시장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이른바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갤럭시 AI’를 앞세운 S24 시리즈의 선전으로 판매량 방어에는 성공했으나, 경쟁사 애플과의 평균판매단가(ASP)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애플이 고가의 프로 라인업 비중을 늘리며 영업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를 굳히는 동안, 삼성전자는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A시리즈 등 중저가 라인업의 마케팅 비용을 늘려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매출은 유지하더라도 영업이익률(OPM)이 한 자릿수 후반에서 10% 초반대에 머무는 고질적인 원인이 됩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 및 가전 시장 내 제품별 수익성 지표와 점유율 추이를 비교한 데이터 시각화 자료

가전 부문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비스포크(Bespoke) 라인업을 통해 가전의 인테리어화를 이끌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더욱이 로봇청소기, TV 등 전통적인 강세 영역에서 하이센스, TCL, 로보락 등 중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거의 좁히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M/S)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한 플랫폼 락인(Lock-in) 효과가 아직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 프리미엄 폰 점유율 정체: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70%를 상회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20% 내외 박스권에 갇혀 있어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 폴더블폰 독점 체제 붕괴: 시장을 선도했던 폴더블폰 카테고리마저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업체의 맹추격을 받고 있으며, 두께와 힌지 기술력에서 오히려 역전을 허용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가전 영업이익률의 구조적 하락: 물류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판가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해, 가전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과거 5~7% 수준에서 최근 2~3%대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와 해외 생산 기지 다변화 비용

삼성전자가 직면한 또 하나의 거대한 파도는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기술 안보 전쟁으로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은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니라 막대한 비용 지출과 생산 효율성 저하를 동반하는 실질적인 ‘재무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칩스법(CHIPS Act) 보조금 수령은 당장의 자금 지원이라는 당근책이지만, 동시에 ‘가드레일(Guardrail)’ 조항으로 인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의 기술 업그레이드를 제한받는 족쇄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곳의 공정 전환이 지체될 경우 장기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이 큽니다. ‘탈중국’을 감행하기에는 매몰 비용(Sunk Cost)이 너무 크고, 유지하기에는 기술 도태의 위험이 따르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의 비용 급증 문제도 심각합니다. 당초 예상했던 투자 금액보다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투자 대비 효율(ROI)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해외 생산 기지 다변화는 필수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비용 구조’가 삼성전자의 현금 흐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생산 거점 주요 리스크 요인 재무적/전략적 영향
중국 (시안/쑤저우) 첨단 장비 반입 제한 및 기술 업그레이드 차단 레거시 공정 고착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 및 자산 가치 훼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건설비 폭등, 고임금 구조 초기 투자 비용 회수 기간(Payback Period) 장기화 우려
베트남/인도 전력 수급 불안정 및 숙련된 엔지니어 부족 생산 수율 저하 및 추가 인프라 구축 비용 발생

결국, 과거처럼 ‘가장 비용 효율적인 곳에서 생산해 전 세계에 판다’는 글로벌 분업화의 이점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정치적으로 안전한 곳에서 비싸게 생산해야 하는’ 시대이며, 이는 삼성전자의 제조 원가 상승을 부추겨 영업이익 20조 원 달성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연도별 설비투자(CAPEX) 대비 효율성 지표 및 자본 회수 기간 비교

삼성전자의 위기를 논할 때 가장 뼈아픈 지적은 ‘돈을 쏟아부어도 예전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CAPEX)를 선행해야 하는 장치 산업이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투자 효율성은 경쟁사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자산 회전율 저하와 잉여현금흐름(FCF) 축소라는 재무적 경고등으로 이어집니다.

과거 메모리 슈퍼사이클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곧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이익으로 직결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공정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고, HBM과 같은 특수 메모리 비중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캐파(Capa) 증설이 이익을 보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수십조 원을 투자해 최첨단 EUV 장비를 들여와도, 수율이 잡히지 않거나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막대한 감가상각비는 고스란히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칼날이 되어 돌아옵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삼성전자의 CAPEX 대비 영업이익 창출 능력(ROIC 등)을 분석해 보면 하향 곡선이 뚜렷합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집행했으나 가동률 저하로 인해 단위당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부의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투자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그 투자가 얼마나 빨리 현금으로 회수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본 회수 기간’입니다.

  • 감가상각비 부담 가중: 연간 50조 원에 육박하는 투자는 매년 수십조 원의 감가상각비로 재무제표에 반영됩니다. 영업이익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장부상 이익은 흑자일지라도 실제 기업 내부에 쌓이는 현금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 자산 회전율 둔화: 과거에는 공장을 지으면 1~2년 내에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으나, 최근에는 수요 예측 실패와 공정 난이도 상승으로 인해 자산이 수익화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습니다.
  • 투자 우선순위의 오류: HBM과 같은 고수익성 미래 기술 R&D보다 기존 레거시 공정의 증설이나 보여주기식 파운드리 확장에 자원이 분산되면서, ‘투자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20조 원이라는 영업이익 뒤에는 투자의 효율성 저하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앞으로의 삼성전자는 ‘얼마를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단위 투자당 얼마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느냐’를 증명해야 하는 고효율의 시대로 진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는 결국 기업 가치의 장기적 훼손을 초래할 것입니다.

차세대 기술 격차(N-1) 극복을 위한 R&D 투자 비중과 실질적 성과

삼성전자는 매년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투자 금액이 늘어날수록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거나, 심지어 일부 분야에서는 추월을 허용하는 ‘투자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얼마나 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R&D의 방향성과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에 심각한 비효율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통용되는 ‘N-1’ 전략은 선두 주자를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시절에는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기술 리더십을 지켜야 하는 ‘초격차’ 단계에서 N-1 식의 안정 지향적 개발 문화는 치명적인 독이 되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가 직면한 기술적 난관들은 혁신적인 공정 전환보다는 기존 레거시 공정의 수명 연장과 원가 절감에 치중했던 과거의 의사결정들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특히 R&D 투자의 ‘전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조 원을 투자하면 2~3년 내에 압도적인 기술 격차로 시장을 장악했으나, 최근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도 HBM(고대역폭메모리)이나 DDR5 초기 시장 선점에서 실기(失機)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는 연구소에서 개발된 선행 기술이 양산 라인(Fab)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서 간 사일로(Silo) 현상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보신주의적 KPI(핵심성과지표) 설정이 엔지니어들의 도전적인 연구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 양산 적용 시점의 지연: 연구소 수준에서는 경쟁사와 대등하거나 앞선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수율 안정화와 원가 효율성을 지나치게 따지다가 적기(Time-to-Market)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HBM3 시장 진입 지연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인재 유출과 기술 연속성 단절: 핵심 R&D 인력들이 경쟁사나 팹리스 기업으로 이탈하면서, 기술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고 매번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개발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투자 대비 성과가 낮아지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 파운드리 GAA 공정의 난항: 세계 최초로 도입한 3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 역시 R&D 단계의 성공을 양산 수율로 연결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완성도와 실제 제조 환경 간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 R&D 전략의 맹점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별 PER 및 기업가치(EV/EBITDA) 비교 데이터

주식 시장은 기업의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냉정하게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영업이익 20조 원 돌파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거나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밸류에이션(Valuation)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장이 삼성전자의 이익 질과 미래 성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라는 타이틀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메모리, 파운드리, 팹리스, 모바일, 가전이 섞여 있는 복합적인 사업 구조가 기업 가치를 희석시키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Conglomerate Discount)’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AI 반도체라는 확실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높은 멀티플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기업명 주력 분야 12개월 선행 PER (배) EV/EBITDA (배) 밸류에이션 특징
TSMC 파운드리 20 ~ 25 12 ~ 14 독점적 시장 지배력과 높은 이익률로 프리미엄 부여
SK하이닉스 메모리 (HBM) 10 ~ 15 6 ~ 8 AI 메모리(HBM) 시장 리더십 확보로 재평가 진행 중
마이크론 메모리 15 ~ 20 7 ~ 9 미국 기업 프리미엄 및 AI 수요 수혜 기대감 반영
삼성전자 IDM (종합) 9 ~ 11 4 ~ 5 전형적인 저평가. 파운드리 적자와 HBM 경쟁력 약화로 인한 할인

위 데이터에서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의 EV/EBITDA 수치가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 대비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시장이 삼성전자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미래에 확실한 현금 흐름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HBM 주도권을 통해 PBR(주가순자산비율) 1.5배 이상을 넘나드는 동안, 삼성전자는 여전히 1.0~1.2배 수준에서 고전하는 것은 ‘기술 리더십 상실’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20조 원의 영업이익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D램 사이클의 수혜주’가 아니라 ‘AI 반도체 성장주’로서의 멀티플 리레이팅(Re-rating)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분사 논의를 포함하여 사업 부문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이나, HBM 시장에서의 확실한 턴어라운드 시그널이 필수적입니다.

초격차 전략의 재정립: 단순 수치를 넘어선 질적 성장의 핵심 과제

삼성전자가 외쳐온 ‘초격차’는 그동안 압도적인 생산 능력(Capa)과 미세 공정 기술을 통한 원가 경쟁력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정의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제 시장은 ‘얼마나 많이, 싸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객이 원하는 고성능 칩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20조 원이라는 숫자에 취해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한다면, 삼성전자는 2류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대전환입니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술 관료주의’의 타파와 엔지니어 우대 문화의 부활입니다. 재무통 출신 경영진이 단기 실적 관리에 치중하면서, 현장의 기술적 판단이 무시되거나 도전적인 R&D가 위축되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엔지니어들이 우대받고, 그들이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는 조직 문화로 회귀해야만 잃어버린 기술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시너지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입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가진 IDM 모델은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나, 현실에서는 고객사인 팹리스 기업들의 기술 유출 우려를 자아내 수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One Samsung’ 전략이 오히려 각 사업부의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요하다면 파운드리 사업부의 독립성 강화나 분사까지 고려하는 전향적인 구조 개편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셋째, AI 반도체 생태계(Ecosystem) 구축을 위한 개방형 혁신입니다. TSMC가 IP(지식재산권) 기업, 패키징 업체, 디자인 하우스와 강력한 연합군을 형성한 것처럼, 삼성전자 역시 폐쇄적인 자체 개발주의(NIH: Not Invented Here)를 버려야 합니다. 외부의 우수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HBM, 패키징,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20조 원 돌파는 축배를 들 일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실적 뒤에 숨겨진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고 대수술을 감행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숫자가 주는 착시에서 벗어나 기술의 본질(Fundamental)을 회복하는 것만이 삼성전자가 ‘잃어버린 10년’을 겪지 않고 다시 글로벌 1위 기업의 위상을 되찾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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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Feynman

One of the most brilliant and influential physicists of the 20th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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