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레오와 피에르 코프만의 관계를 무천도사와 크리링에 빗대어 맹비난하는 사람이 있었고, 이 포스팅을 하는 계기가 됐다. 과정이나 환경적으로나 인물의 성격적으로나 여러모로 봤을 때, 무천도사랑 피에르 코프만이 또는 그들의 제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같을까? 무천도사는 크리링을 제자로 받아주는 조건으로 여자(영계)를 데려 오라고 시켰고, 야한 잡지 상납하게 해서 제자로 받았다. 애초에 거쳐간 사람도 많지도 않거니와.
1. 피에르 코프만의 ‘수제자 20인’이 갖는 실질적 가치
피에르 코프만이라는 인물은 물론 독보적인 GOAT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가 중의 대가이고, 정통 중의 정통으로 그 자체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파인 다이닝 특히나 프렌치에서는 정통이 가지는 의미도 그 자체로 상당해서 미슐랭 별을 따도 거기에 콤플렉스, 자격지심 느끼는 셰프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냥 그 사람 밑에서 배웠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스펙이 되는데 단순한 사제 관계를 훨씬 뛰어넘어 50주년 기념 행사 즉, 특별한 날에 수제자 20인 중에 한 명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업장’의 상태를 평가하는 지표인 미슐랭 별보다도 셰프로서의 실력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더 신뢰 있고 가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제자들의 행보와 실력의 증명
그럼 나머지 제자들의 행보는 어떨까? 강레오를 제외한 제자 19인 중 11명이 미슐랭 스타를 획득했다. 그외 나머지 셰프들 역시 실력이 없어서 미슐랭 스타를 얻지 못한 게 아니라 고급 캐주얼이라는 거대한 비즈니스 시장을 선택했거나 호주와 같은 미슐랭 가이드가 발간되지 않던 지역에서의 활동 등의 이유 때문이다. 예로 그 중 한 명인 윌리엄 컬리(William Curley)는 레스토랑이 아닌 디저트 전문점 운영으로 디저트 세계에서 3스타급 이상의 권위와 위상을 가진 인물로서 아카데미 오브 초콜릿 4회 수상에 빛나는 업적을 가지고 있다.
2. 경력 폄하에 대한 반박: 수셰프와 헤드 셰프의 무게
자기 식당이 아니면 아무 의미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삼성에서 임원을 달아도 능력이 없는 거고, 참모총장 별 4개 달아도 그 나라 대통령이 아니면 능력이 없다 할 수 있을까? 피에르 코프만, 피에르 가니에르, 고든 램지 식당에서 수셰프, 헤드셰프 등을 지낸 거는 단순히 미슐랭 식당에서 배웠다, 일했다라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예전에는 경력 위조라고 난리를 치더니 경력이 진실이라고 드러나니 이제는 경력 자체를 폄하하고 있다. 그것도 당시에 한국인이 외국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나 인종이나 구조적 차별을 뚫고 주류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강레오가 겪은 일화를 보라. 그가 왜 얼마나 노력했고, 위대한 사람인지 알 것이다.
위의 댓글처럼 현재는 시간이 많이 흘러서 비슷한 경험을 하거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강레오가 업계에서는 선구자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점에서 더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게다가 요리는 무슨 체력이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스포츠 같은 게 아니기 때문에 성과를 떠나서 현재 기준으로도 원물에 대한 이해, 절대 실력 자체만 놓고 보면 과연 누구한테 뒤진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두바이 ‘베르(Verre)’의 위상에 대한 오해
위에서 댓글에서 틀린 정보는 당시 두바이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인 ‘베르(Verre)’는 업계 평판이 안 좋기는커녕 두바이 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평가받았다. 강레오가 헤드 셰프로 재직하던 쯤인 2006년, 2007년에는 Time Out Dubai Restaurant Awards에서 연속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됐고, Bloomberg 등에서도 긍정적인 리뷰를 받았다. 당시 두바이에는 미슐랭 가이드가 없었기 때문에 별은 없지만 미슐랭 스타급 실력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았다.
3. 시그니처 메뉴와 창의성에 대한 본질적 고찰
그럼 또 물고 늘어지는 게 셰프는 자기 요리로 증명을 해야 한다, 시그니처 메뉴가 없다를 비판의 논지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리에도 당연히 독창성, 예술성과 창의성이 들어가야 되지만 어디까지나 원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화, 가미하거나 변형, 재창조해서 원물의 맛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수단으로서의 창의성과 목적으로서의 창의성은 전혀 다르다. 화가가 하는 창작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빈 캔버스는 받침대일 뿐이지만 요리에 있어 원물은 단순한 받침대가 아니라 목적이 되는 대상 그 자체다.
게다가 애초에 그 정도 독창성, 예술성, 창의성이 없었으면 위에서도 말한 그런 자리까지도 못 올라갔거니와 이미 그게 다 셰프로서의 실력을 논할 때 포함되는 것일 뿐더러 미슐랭 쓰리스타급이라고 해서 특정 한 접시로 정의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프렌치 정통의 기술은 수백 년간 정립된 정수인데 그걸 체득한, 기본기의 완성인 인물한테 어떻게든 부정해 보려고 창의성을 논하고 있는 것도 코미디다. 셰프로서의 실력을 논하는데 무슨 음반이나 미술품처럼 영속성을 가지는 작품이 없다, 결과물이 없다 비판하는 거는 적절한 논지가 될 수 없다. 대중이 모르는 것(또는 부정하는 것) 뿐이지. 당연히 강레오 역시도 새로운 요리들을 계속 했었을 뿐더러 그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추구하는 방향성 자체가 달랐다.
4. 추구하는 바의 차이 그리고 파인 다이닝의 현실
방송에서도 “많은 사람이 좋은 음식을 경험하게 하려고 가격 문턱을 낮췄다”고 언급을 했고, 실제로 한국에 들어와서도 파인 다이닝을 시작한 게 아니라 캐주얼한 비스트로를 운영했으며 이마저도 고용이나 계약 형태라서 만료가 되면 계속 할지 말지는 그저 선택 문제에 불과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걸 실력이 없어서 망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비논리적인 결론을 마음대로 도출해서 맹목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 유튜브만 하더라도 이전에 계약했던 회사들의 부정직함 때문에 그만하게 됐다고 최근에 새로 개설한 유튜브에서 언급했다. 맹목적인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은 그럼 또 똑같은 소리를 하는 거다. 유튜브 하다가 망했다고.
화수목도 엄연히 따지면 한식을 접목한 세미 파인 다이닝이었고, 다른 파인 다이닝이나 그의 이름값에 비해서 가격대가 상당히 낮았었다. 강레오가 직접 오너 셰프로서 2년 가량 운영했었고, 강레오 역시도 자기 요리를 했다. 파인 다이닝 운영은 실력과 별개로 경영상 고질적인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고, 예전에는 대중들의 관심이 지금보다는 덜했으니 그 어려움이 더더욱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시즌제처럼 운영하는 곳도 많(았)은데 모종의 이유로 지속적인 운영을 안 하는 것을 또 망했다라고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5. 미슐랭이라는 지표에 매몰된 대중의 ‘타진요’식 비난

당시에는 미슐랭이라는 거 자체가 한국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미슐랭 가이드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은 2016년 11월이다. 이 사실도 모르면서 요즘 하도 사람들이 미슐랭 미슐랭 노래를 부르고 다니니까 위의 댓글처럼 그 하나의 지표 자체에만 매몰이 돼서 비판이 아닌 맹목적인 비난을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장 조지, 피에르 코프만, 피에르 가니에르, 고든 램지 등 전설적인 인물들이 믿고 썼고, 인정하는 인물인데 그리고 현재도 현업에서 종사하는 셰프들이랑 활발히 교류(유튜브 최근 영상)를 하면서 인정받는 인물인데 업계에서 인정 못 받는다? 본인들 말마따나 실력 없고, 그 망한 사람을 대기업에서 계속 써주겠냔 말이다. 강레오는 무려 반얀트리에서 임원으로 근무를 했다. 게다가 실력이 없고, 거품인 사람을 셰프들이 잘도 교류하겠냔 말이다. 객관적인 근거와 지표도 없이 일단 뇌내망상으로 전제 자체를 일반화를 시키며 본인들이 논리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업계에서 인정 받고 유명해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요리괴물만 하더라도 흑백 요리사에서 미슐랭 셰프들보다 좋은 실력을 보여 주었는데 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6. 결론: 강레오라는 선구자의 가치
미슐랭 별이 요식업의 전부나 유일한 목표가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되며, 파인 다이닝이 유일한 지향점이나 정답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실력과 잠재력이 있는 셰프가 파인 다이닝 운영을 안 해서 아쉽다 정도가 맞는 거지. 10년 전만 하더라도 파인 다이닝의 무덤이라 불리우는 우리나라였는데 본인을 포함한 대중들이 뭐 언제부터 그리고 얼마나 주기적으로 파인 다이닝을 가봤다고 대중이라는 단어를 들먹거리면서 “제자도르” 이런 단어를 써가며 조롱하고, 증명해야 되네 마네 진짜 딱 ‘타진요’스러운 발상을 하면서 무언가를 자꾸 요구하는 건지 모르겠다.
경력 위조 논란이 일었을 때도 다른 사람 같았으면 정말 울분을 토했을 법도 한데 강레오는 입 한 번 뻥긋하지 아니하며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 자체가 그렇다. 남들이 뭐라 하건 자기가 가치 있다 생각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파인 다이닝 업계에서 일을 했지만 한국에 와서는 죽어 있는 파인 다이닝 업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생각해 봤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방송이든, 사업이든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한 길을 택했다고 볼 수 있고, 지금 원물 사업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단순히 주방 일선에서 요리하는 것 이상으로 이 업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생각해서일지 모르겠다. 비록 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만큼 사람들에게 주목을 못 받을지언정 말이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안성재는 현업에서 종사를 하고 있고, 현재 기준으로도 한국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데다가 흑백요리사 참가자들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져 강레오가 안성재와 ‘같은 포지션’으로 심사위원 자격을 갖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따르지만 심사위원이 꼭 현직 요리사일 필요는 없으며, 자질 요소는 여러가지가 존재하기에 강레오가 가진 선구자로서의 역할과 경험치, 대한민국에서 프렌치 정통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으로서의 기본기, 성공한 유통 사업가로서 체득한 원물에 대한 독보적인 이해도로 미루어 보았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 내지는 적합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과대평가나 신격화를 해서도 안 되지겠지만 타인을 함부로 가치 절하하거나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게 일상이 된 대한민국이다. 역겨운 인간들이 참 많은 거 같다. 필자의 의견에 공감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확인해 보시길.

